Sen and Chihiro | 정체성의 통과의례, 소비사회의 환상을 건너는 여정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은 단순한 성장 서사로 보이기에는 지나치게 모든 게 풍부하다.애니메이션이라는 형식을 넘어서, 이 작품은 신화적 구조, 사회비판, 정체성 탐구, 동양적 미의식이 중층적으로 겹쳐진 복합 서사적 텍스트다.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은 이 영화를 통해 동화와 신화, 산업과 자연, 인간과 괴물이라는 이항 대립을 해체하며, 그 틈새에서 새로운 세계에 대한 철학적 사유를 펼쳐낸다.1. 이름의 상실과 회복: '치히로'에서 '센'으로, 다시 '치히로'로영화의 핵심 서사는 주인공 치히로가 낯선 신의 세계에서 ‘센(千)’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되고, 이후 자신의 정체성을 회복하며 집으로 돌아가는 여정이다.이때 이름은 단순한 호칭이 아니라 존재의 핵심이다.유바바는 사람들의 이름을 빼앗고, 그 대가로 노동을 요구..
2025. 5. 9.
Interstellar | 과학을 품은 서사, 감정으로 완성된 우주 서정시 시간을 넘은 사랑, 블랙홀 너머에서 건넨 메시지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는 겉으로는 SF의 외형을 갖추고 있으나, 그 내면은 철저히 인간적인 드라마다.이 영화는 중력, 시간지연, 블랙홀, 다차원 공간 등 물리학의 복잡한 개념을 서사 안에 녹여내지만, 결국 관객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아버지와 딸 사이의 사랑, 존재와 신념의 충돌, 그리고 인류라는 종의 존속을 향한 의지다.1. 지구의 종말, 선택받은 이들의 여정이야기는 인류가 생존의 기로에 선 미래를 배경으로 한다. 환경은 파괴되었고, 식량난은 극심하며, 문명은 과거의 영광을 잃었다.주인공 쿠퍼(매튜 맥커너히)는 전직 NASA 파일럿이자 현재는 농부로 살아가고 있다.그에게는 딸 머피가 있다. 두 사람은 강한 유대감으로 연결되어 있으며, 이 관계는 영화 전체를 지탱하는 정서적 축이 된다.쿠퍼는 우연한 기..
2025. 5. 8.
영화 Amélie, 프랑스를 색으로 기억하다
색채가 말해주는 몽마르트의 낭만, 상상, 그리고 따뜻함 프랑스는 어떤 색일까?에펠탑이 비치는 흐린 회색일까, 루브르 박물관의 석조 벽처럼 고풍스러운 베이지색일까, 아니면 노천카페의 테이블 위, 레드와인의 짙은 붉은색일까.하지만 영화 를 본 후, 내 머릿속에서 프랑스는 더 이상 그런 색이 아니게 되었다.그곳은 선명한 빨강과 따뜻한 녹색, 그리고 노란 조명이 가득한 상상의 공간으로 기억된다.장 피에르 주네 감독의 Amélie는 프랑스의 몽마르트를 배경으로 하는 작은 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그 이야기보다 더 오래 남는 건 화면 가득 채워진 색이다.이 영화에서 색은 단지 미장센을 꾸미는 요소가 아니다. 그것은 아멜리라는 인물의 내면을 드러내고, 파리라는 도시의 감정을 전달하며, 프랑스라는 공간 자체를 시각적으로..
2025. 5.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