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감독이 만든 두 음악영화 『라라랜드』와 『위플래시』는 꿈을 좇는 예술가의 삶을 서로 다른 결말과 감정으로 보여준다. 열정과 희생, 낭만과 광기를 모두 담아낸 두 작품은 음악과 영화의 경계를 허물며 예술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라라랜드』(2016)와 『위플래시』(2014)는 모두 데이미언 셔젤 감독의 작품이지만, 영화가 전달하는 정서와 메시지는 극명하게 대비된다. 전자는 로맨틱하고 환상적인 분위기 속에서 예술과 사랑의 교차점을 섬세하게 그려낸다면, 후자는 극단적인 훈련과 경쟁의 세계 속에서 한 음악가가 자신을 파괴하며 완성으로 향하는 과정을 날카롭게 파고든다. 두 작품 모두 음악을 핵심 서사 장치로 삼고 있으며, 인물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예술을 추구한다. 그러나 라라랜드는 사랑과 꿈 사이의 선택을 유려하게 그리는 반면, 위플래시는 오직 목표만을 향한 집요한 추진력으로 관객을 압도한다.
『라라랜드』는 재즈 피아니스트 세바스찬과 배우 지망생 미아가 각자의 꿈을 향해 가는 과정에서 사랑하고 성장하는 이야기다. 이 영화는 선명한 색감과 연출, 환상적인 뮤지컬 시퀀스로 현실과 몽상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 든다. 특히 마지막 장면의 ‘If we had…’ 시퀀스는 관객에게 꿈과 사랑, 현실과 이상 중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에 대해 되묻는다. 반면 『위플래시』는 음악학교 드러머 앤드류가 폭압적인 스승 플레처와의 관계 속에서 인간성과 육체를 갈아 넣는 과정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라스트 공연 장면에서 주인공은 극한의 몰입을 통해 최고의 연주를 선보이지만, 그 끝에 남는 감정은 쾌감이 아니라 공허에 가깝다.
이처럼 『라라랜드』와 『위플래시』는 예술가라는 동일한 주인공 구조를 가지고 있음에도, 예술을 대하는 태도와 그 표현 방식은 완전히 다르다. 전자가 “꿈을 꾸는 사람들”을 위한 헌사라면, 후자는 “꿈을 이루기 위해 인간성을 포기해야 하는가”라는 극단적 질문을 던진다. 데이미언 셔젤은 이 두 작품을 통해 예술의 이중성을 날카롭게 포착한다. 『라라랜드』는 예술과 인생이 조화를 이룰 수 있다는 낭만을 보여주고, 『위플래시』는 그 반대편에서 예술이 얼마나 잔혹하고 고립적인 길이 될 수 있는지를 증명한다. 두 영화 모두 결말에서 인물은 성공을 거두지만, 사랑을 잃거나 인간다움을 희생한다는 점에서 단순한 해피엔딩이라고 말하기 어렵다.
음악 연출과 영상미 또한 두 영화의 분위기를 극명하게 가른다. 『라라랜드』는 재즈, 클래식, 팝이 어우러진 다채로운 사운드와 함께, 롱테이크와 댄스 시퀀스를 활용한 유려한 미장센이 돋보인다. 색감은 파스텔 톤을 중심으로 따뜻하고 낭만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반면 『위플래시』는 드럼을 중심으로 한 리듬감 있는 사운드와 날카로운 컷 편집이 특징이다. 어두운 톤과 빠른 카메라 워킹은 긴장감을 배가시키며, 마치 관객이 무대 위에 함께 있는 듯한 몰입감을 전달한다. 이처럼 음악과 영상의 조화는 두 영화의 분위기를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이며, 그 차이는 감독의 의도와 영화의 주제의식에 정확히 부합한다.
결국 『라라랜드』와 『위플래시』는 모두 음악이라는 매개를 통해 예술가의 삶을 다루지만, 각기 다른 방식으로 관객에게 예술의 아름다움과 위험을 동시에 보여준다. 어떤 이에게는 『라라랜드』의 마지막 미소가 가슴 아픈 위로로 다가올 것이고, 어떤 이에게는 『위플래시』의 라스트 드럼 연타가 벅찬 전율로 남을 것이다. 데이미언 셔젤은 이 두 작품을 통해 예술이란 꿈을 꾸는 일인 동시에, 그것을 이루는 과정에서 자신을 잃는 일일 수도 있음을 이야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