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욱의 『헤어질 결심』과 봉준호의 『마더』는 미스터리 장르를 기반으로 하면서, 여성 캐릭터를 중심에 놓고 죄와 사랑, 광기와 연민을 정면으로 탐구한다. 두 감독은 각자의 스타일로 ‘도덕적 판단의 경계’를 허문다.
『헤어질 결심』과 『마더』는 모두 한국을 대표하는 거장 감독들의 작품으로, 여성 인물을 전면에 내세우며 ‘사랑’과 ‘죄책감’, ‘보호’와 ‘의심’이라는 감정의 복합성을 정교하게 그려낸다. 박찬욱의 『헤어질 결심』은 사랑이라는 감정이 탐문과 수사의 대상이 되는 과정을 고전 멜로의 형식 안에서 풀어냈다면, 봉준호의 『마더』는 모성이라는 이름 아래 벌어지는 극단적인 행동을 스릴러적 긴장감으로 끌고 간다. 두 작품은 겉으로는 범죄 미스터리를 따르지만, 그 핵심은 감정과 도덕성의 경계를 탐색하는 데 있다.
『헤어질 결심』은 형사 해준과 용의자 서래의 관계를 중심으로 구성되며, 감정과 수사의 선을 넘나드는 과정을 시적 이미지와 절제된 연출로 담아낸다. 서래는 사건의 열쇠를 쥔 인물인 동시에, 해준의 감정을 시험하는 존재다. 박찬욱 감독은 대사의 절반 이상을 생략하고, 눈빛과 화면 구성을 통해 인물 간의 감정선을 서정적으로 드러낸다. 특히 산과 바다, 시간과 공간의 전환은 캐릭터의 내면과 영화적 정서를 압축적으로 시각화한다. 결말의 바닷속 장면은 서래의 선택이 죄책감인지, 사랑인지, 혹은 스스로에 대한 구원이었는지를 복합적으로 남기며 영화의 여운을 극대화한다.
반면 『마더』는 치매 증세가 있는 아들을 보호하려는 엄마가 벌이는 집착과 행동을 따라간다. 영화 초반부터 엄마는 이상하리만큼 아들과의 관계에 몰입하며, 사회적으로 수용 가능한 모성의 경계를 서서히 넘어선다. 봉준호는 ‘정당한 살인인가, 왜곡된 사랑인가’를 판단하지 않고, 오히려 관객에게 판단의 책임을 전가한다. 영화는 사건의 실체보다도, 엄마의 심리를 해부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결말에서 엄마는 자기도 모르게 저지른 행동을 다시금 봉인하려 하고, 이는 ‘기억의 삭제’를 통해 자신을 지우려는 자기 방어적 행위로 읽힌다.
두 영화 모두 여성의 감정을 중심에 둔다. 그러나 박찬욱이 서래를 통해 ‘연인의 복합성’을 이야기한다면, 봉준호는 엄마를 통해 ‘모성의 맹목성’을 드러낸다. 서래는 능동적으로 선택하고, 해준의 수사를 넘어선 연애적 전술을 구사한다. 반면 『마더』의 주인공은 상황과 감정에 의해 몰리며, 점점 벼랑 끝으로 밀려난다. 한쪽은 조용하고 정제된 아름다움으로, 다른 한쪽은 날 것 그대로의 감정과 긴장으로 영화 전체를 이끌어간다.
영상미에서도 두 작품은 극명히 대조된다. 『헤어질 결심』은 파스텔톤의 색감과 부드러운 카메라 무빙으로 정적이고 우아한 분위기를 만든다. 모든 장면은 미니멀한 구도와 오디오의 간결함 속에서 압축된 감정을 강조한다. 반면 『마더』는 로우샷, 핸드헬드 카메라, 어두운 색조의 미장센으로 불안하고 날카로운 리듬을 만든다. 엄마의 감정이 폭발하는 장면에서는 인물의 클로즈업을 통해 관객에게 직접적으로 심리적 압박을 가한다.
이처럼 『헤어질 결심』과 『마더』는 ‘여성’이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각기 다른 이야기 구조와 시각 미학을 만들어낸다. 둘 다 미스터리 범죄 장르에 속하지만, 결국은 ‘사랑이 죄가 되는 순간’, ‘보호가 폭력이 되는 지점’을 성찰하게 만든다. 누군가는 서래를 이해할 수 없고, 또 누군가는 엄마의 행동에 공감할 수 없다. 하지만 박찬욱과 봉준호는 바로 그 ‘판단의 모호성’을 영화화하는 데 성공했다. 이 두 영화는 단순한 서사 이상의 질문을 남기며, 감정의 윤리적 경계가 얼마나 흐릿할 수 있는지를 정확히 포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