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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재킹 vs 1987 | 실화를 재구성하는 두 개의 긴장

by 꿀팁 방출 2025. 7. 4.

 

 

『하이재킹』과 『1987』은 모두 한국 현대사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지만, 긴장을 구성하는 방식과 인물의 배치, 메시지 전달 방식에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한 작품은 상황 중심 서사로 몰입감을 높이고, 다른 하나는 인물 중심 다층 서사로 시대의 정의를 조명한다.

 

 

『하이재킹』(2024)은 1971년 실화를 바탕으로 한 대한항공 여객기 납치 사건을 긴박한 상공의 스릴러로 각색한 작품이다. 반면 『1987』(2017)은 민주화 운동의 전환점이 된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과 이한열 열사 사건을 중심으로 한 시대적 저항의 초상이다. 두 작품 모두 실제 사건을 토대로 하며, 긴장과 몰입을 자극하지만, 서사의 구조, 카메라의 시선, 인물 설계 방식에서 분명히 구분된다. ‘현실에 기반한 영화’라는 공통점을 유지하면서도, 하나는 폐쇄된 공간 속 생존을 다루고, 다른 하나는 광범위한 시대의 흐름 속에 개인의 결단을 배치한다.

『하이재킹』은 비행기 내부라는 제한된 공간에서 벌어지는 위협 상황을 통해 밀실 스릴러의 형식을 취한다. 사건의 중심에는 납치범, 승무원, 승객, 그리고 조종사가 있으며, 영화는 생존과 선택, 국가 간 외교의 미묘한 긴장을 수직적으로 엮어낸다. 특히 비행이라는 행위 자체가 고립과 불확실성을 상징하며, 인물 간의 감정 변화와 긴박한 협상 과정은 실제 사건의 리얼리티와 극적인 서스펜스를 동시에 잡아낸다. 제작진은 1970년대 항공기를 정밀하게 재현하고, 대사를 최소화한 채 시선, 숨소리, 긴장감 있는 음악을 통해 심리적 공포를 끌어낸다. 이는 관객에게 “그 상황 속에 내가 있다면”이라는 직접적인 체험을 유도하는 방식이다.

반면 『1987』은 하나의 공간이나 사건에 집중하지 않는다. 이 영화는 검사, 기자, 경찰, 의사, 대학생 등 다양한 인물을 병렬적으로 배치하고, 이들이 각자의 위치에서 시대의 부조리에 어떻게 맞서고 연대하는지를 보여준다. 장준환 감독은 거대한 시대적 사건을 중심으로 하되, 인물 하나하나의 감정과 윤리적 선택에 초점을 맞추며, 민주주의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드라마틱하게 구성한다. 특히 시간 순으로 전개되는 현실적 사건들과 그 뒤에 숨겨진 정치적 은폐 시도, 그리고 이를 밝혀내려는 이들의 연쇄적인 노력은 사실적인 묘사와 영화적 장치를 병행해 감동을 극대화한다.

서사의 속도감과 정서의 밀도에서도 두 영화는 차이를 보인다. 『하이재킹』은 시종일관 긴박하게 전개되며, 빠른 컷과 실시간 진행 형식을 통해 몰입감을 유지한다. 반면 『1987』은 사건의 축적과 정서의 고조를 통해 후반부로 갈수록 감정의 응축이 폭발하는 구조를 취한다. 전자는 감각적인 몰입을, 후자는 정서적인 공감과 분노를 유도한다는 점에서 서사 전략이 다르다.

또한 두 영화의 미장센과 색조 사용 역시 대조적이다. 『하이재킹』은 탁한 회색과 갈색 계열을 통해 1970년대의 긴장된 공기와 공포 분위기를 압축하고, 실내 촬영 중심의 폐쇄감을 강조한다. 반면 『1987』은 1980년대의 풍경을 복원하며, 야외 시위 장면과 대학가, 병원 등 다양한 장소를 활용해 당대 사회의 다층적 풍경을 생생하게 구현한다. 이는 인물의 내면과 집단의 역사를 동시에 보여주는 역할을 한다.

결국 『하이재킹』과 『1987』은 모두 실화라는 무게를 갖고 있지만, 한 작품은 상공에서 벌어지는 제한된 사건에 집중해 심리적 서스펜스를 극대화하고, 다른 작품은 복잡한 사회 구조와 인간의 연대를 통해 정치적 감정을 확장시킨다. 두 영화 모두 실화가 갖는 진정성과 감정적 파급력을 충분히 활용하면서도, 각기 다른 영화 문법으로 극적인 완성도를 이뤄냈다는 점에서 비교 가치가 높다. 한국 현대사의 실체를 대중에게 전하는 방식으로서, 『하이재킹』은 압축적이고 체험적인 영화이고, 『1987』은 구조적이고 연대적인 영화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