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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터널스 vs 듄 | 거대 세계관, 성공과 실패를 가르는 차이

by 꿀팁 방출 2025. 7. 2.

 

 

마블의 『이터널스』와 드니 빌뇌브의 『듄』은 모두 방대한 설정과 신화를 기반으로 한 SF 대작이지만, 관객의 몰입도와 작품 완성도에서 극명한 평가 차이를 받았다. 두 작품은 세계관 구축 방식과 서사 전개 전략의 차이를 명확히 보여준다.

 

 

『이터널스』와 『듄』은 2021년을 대표하는 SF 블록버스터이자, 대규모 예산과 고유 세계관을 바탕으로 제작된 대작이다. 하지만 흥행과 평가, 관객 반응은 정반대로 갈렸다. 『이터널스』는 마블이라는 브랜드를 등에 업고 제작된 슈퍼히어로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복잡한 설정, 느린 전개, 정서적 이입 부족 등으로 혹평을 받았고, 반대로 『듄』은 프랭크 허버트의 원작 소설을 시각적으로 성공적으로 구현하며 비평가와 관객 모두에게 높은 평가를 받았다. 이 두 영화는 ‘대서사시’를 다룰 때, 어떤 방식으로 관객과 소통해야 하는가에 대한 교차 사례로 기능한다.

『이터널스』는 수천 년을 살아온 불멸의 존재들이 인류 역사에 개입하지 않고 지켜보기만 했다는 설정에서 시작된다. 감독 클로이 자오는 기존 마블 영화와는 달리 철학적이고 내면적인 접근을 시도했지만, 10명에 달하는 주요 인물을 한 작품에 모두 등장시키면서 개별 서사에 집중하지 못했다. 결과적으로 관객은 캐릭터와 세계관에 감정적으로 몰입하기 어려웠고, 액션의 쾌감 역시 이전 마블 영화에 비해 약했다. 다양한 인종, 성 정체성, 문화 배경을 가진 캐릭터 구성은 포용성 면에서는 진보적이었으나, 스토리 중심 구조에서는 오히려 서사의 집중도를 분산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반면 『듄』은 영화 한 편을 오롯이 세계관의 서사 기반을 쌓는 데 투자하면서도, 캐릭터의 감정선과 영상미, 음악적 요소까지 조화를 이뤘다. 주인공 폴 아트레이데스가 권력과 종교, 운명 사이에서 겪는 내면적 갈등은 관객에게 공감대를 제공했고, 드니 빌뇌브 감독은 느릿하면서도 철저히 계산된 연출로 웅장한 분위기를 끝까지 유지했다. 특히 광활한 사막 행성 아라키스의 비주얼, 특유의 음향 디자인, 그리고 한스 짐머의 실험적인 음악은 영화 전체의 분위기를 견고하게 지탱했다. 캐릭터 수도 제한되어 있어 중심인물의 성장에 더 집중할 수 있었으며, 그 덕분에 후속작에 대한 기대감도 자연스럽게 형성되었다.

두 영화의 가장 큰 차이는 세계관을 ‘설명하는 방식’이다. 『이터널스』는 수많은 설정을 말로 설명하거나 회상 장면을 삽입해 처리하는 반면, 『듄』은 시각적 연출과 서사 흐름 안에서 자연스럽게 세계관을 체험하도록 만든다. 전자가 '정보 전달형'이라면, 후자는 '몰입형' 서사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차이는 관객의 체류시간, 감정이입, 후속 관람 의사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또한 연출 스타일에서도 두 감독은 완전히 상반된 태도를 취한다. 클로이 자오의 『이터널스』는 자연광 중심의 리얼리즘과 다큐멘터리적 구도를 시도했으나, 오히려 장면 간 톤이 일관되지 않다는 평가를 받았고, 일부 관객에게는 낯설고 불친절하게 느껴졌다. 반면 드니 빌뇌브의 『듄』은 전체적으로 명확한 색조 설계와 균형 잡힌 시각 리듬을 통해 거대한 세계관 안에서도 집중력을 유지하는 데 성공했다.

결과적으로 두 영화는 '거대한 세계관'이라는 공통된 목표를 향해 나아가면서도, 관객과의 접점을 형성하는 전략에서 극명한 차이를 보였다. 『이터널스』는 개념의 방대함에 비해 정서적 전달력이 부족했고, 『듄』은 서사의 속도와 미장센을 조율하면서 영화의 완성도를 높였다. 이 비교는 블록버스터 장르가 단순히 스케일의 문제가 아니라, 설득력 있는 서사 구조와 감정의 동반이 필수적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증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