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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코코> 감상 후기 : 아이와 함께 본 죽음과 기억의 아름다운 이야기

by 꿀팁 방출 2025. 5. 10.

 

음악과 가족, 그리고 추억의 힘을 느끼다

 

주말 저녁, 아이와 함께 어떤 영화를 볼까 고민하다가 오랜만에 디즈니·픽사의 <코코>를 다시 틀었다. 몇 년 전 처음 개봉했을 땐 아이가 아직 너무 어려서 이 영화를 함께 볼 수 없었지만, 지금은 어느새 초등학생이 되어 죽음이 무엇인지, 가족이 왜 소중한지를 조금씩 이해할 수 있는 나이가 되었다.

이번 감상은 단지 애니메이션을 본 것이 아니라, 아이와 함께한 성장의 한 순간처럼 느껴졌다.

<코코>는 멕시코의 ‘죽은 자의 날(Día de Muertos)’이라는 전통 문화와, ‘기억’과 ‘가족’을 주제로 한 이야기다. 주인공 미겔은 음악을 사랑하는 소년이지만, 가문 대대로 음악을 금기시해온 가족들과 갈등을 겪는다. 우연히 죽은 자들의 세계에 들어가게 된 미겔은 그곳에서 자신의 고조할아버지를 찾기 위한 여정을 시작하게 된다.

아이와 영화를 보다 보면, 종종 ‘설명해줘야 하는 순간’이 찾아온다. “엄마, 왜 저 사람은 투명해져?” “죽은 사람인데 어떻게 말을 해?” 하지만 <코코>는 그런 질문마저 따뜻하게 풀어낸다.

영화는 죽음을 무섭거나 끝으로 묘사하지 않는다. 오히려 기억 속에서 살아가는 존재, 그리고 우리가 사랑하고 추억하는 만큼 그 존재가 사라지지 않는다고 말한다.

아이가 이런 메시지를 이해할 수 있을까 걱정했지만, 오히려 “그럼 할머니 사진 보면 살아 있는 거야?”라고 되묻는 아이의 반응에 마음이 울컥했다.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은, 영화의 마지막을 장식한 **‘Remember Me(기억해줘)’**라는 노래다.

이 노래는 단순한 삽입곡이 아니라, 영화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다.

잊힌 자는 진짜로 사라지고, 기억되는 자는 영원히 우리 곁에 남는다.

아이도 이 장면에서 유난히 집중해서 화면을 바라봤고, 끝나고 나서 "할머니도 기억해줘야겠다"고 말했다.

그 순간 이 영화가 단순히 픽사의 또 다른 성공작이 아니라, 어린 마음에도 깊은 감정을 심어주는 작품이라는 걸 실감했다.

또한 부모의 시선으로 볼 때, <코코>는 미겔의 부모 세대—특히 증조모 코코와 엄마, 그리고 고조할머니—를 통해 ‘가족의 사랑이 어떻게 세대를 넘어 전달되는지’를 보여준다.

미겔은 가족의 기억을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고, 과거의 갈등도 용서와 이해로 녹아든다.

우리 아이들도 언젠가 부모가 어떤 마음으로 그들을 키우고, 지켜보는지 알게 되겠지만, 이 영화는 그 감정을 한발 앞서 아이에게 보여줄 수 있는 다리가 되어줬다.

시각적으로도 <코코>는 매우 아름답다. 죽은 자의 세계는 오히려 살아 있는 세계보다 더 화려하고 생동감 넘친다.

아이도 "색깔이 너무 예쁘다"며 눈을 떼지 못했는데, 이 화려한 화면 덕분에 무거울 수도 있었던 주제를 훨씬 부드럽게 받아들일 수 있었던 것 같다.

무엇보다 좋았던 점은, 이 영화가 ‘죽음’이라는 어려운 주제를 다루면서도 그것을 두려움이 아닌 사랑과 연결된 감정으로 이야기했다는 점이다.

‘죽음’이란 이별이 아니라, 기억을 통해 이어지는 또 하나의 방식임을 알려주는 영화.

아이도, 나도, 그리고 우리 가족 모두에게 오래 남을 이야기였다.

어른에겐 깊은 여운을, 아이에겐 처음 느껴보는 따뜻한 감정을 선물한 <코코>.

가족과 함께 보기 좋은 영화, 그리고 사랑과 이별을 이야기하는 가장 부드러운 방식.

아이와 함께 영화를 보고 대화를 나누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조금 더 서로를 이해하게 되는 것 같다.

<코코>는 그런 가족의 연결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주는 고마운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