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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여행으로 본 엔드게임, 영화 속 시간의 논리와 감정 – 찬사와 비판 사이에서

by 꿀팁 방출 2025. 5. 13.

 

어벤져스: 엔드게임(Avengers: Endgame)은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 11년 대서사의 피날레이자, 대중문화의 정점 중 하나로 손꼽히는 작품이다. 그러나 이 영화가 단지 히어로들의 최종전을 그린 블록버스터로 남았더라면, 이토록 오랜 시간 동안 관객의 마음에 남아 있진 않았을 것이다. 엔드게임은 이야기의 중심에 ‘시간’을 배치하며, 영웅들의 내면을 감정적으로 풀어낸다. 바로 이 지점에서 우리는 감탄과 함께 비평적인 질문도 던질 수밖에 없다.

시간여행은 고전적인 SF 장르의 대표 소재다. 수많은 영화들이 이를 통해 복잡한 서사와 세계관을 구축했고, 때로는 이 설정의 허술함이 이야기의 몰입을 방해하기도 했다. 엔드게임은 이러한 함정을 인식하듯, 기존 시간여행 공식을 뒤엎는다. “과거를 바꿔도 현재는 바뀌지 않는다. 단지 새로운 타임라인이 생긴다.” 이 논리는 마블 특유의 유머 속에 제시되지만, 설정의 모호함과 갑작스러운 규칙 변경은 일부 관객에게 설득력을 잃게 만들기도 했다.

특히 타노스를 과거에서 현재로 불러와 싸우는 구조나, 로키가 테서랙트를 들고 도망가는 장면 이후 벌어지는 시간선의 변화는 이후 시리즈(예: 영화 로키 시즌 1)에서 다시 다뤄야 할 만큼 복잡한 질문을 남긴다. 관객 입장에서는 ‘시간여행’이라는 장치가 세계관의 개연성을 해치는 요소인지, 아니면 새로운 서사의 확장인지에 대한 고민을 던지게 만든다.

하지만 비판을 넘어서면, 엔드게임은 시간여행을 기술적 도구가 아닌 ‘감정적 장치’로 다룬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을 만하다. 이 영화에서 히어로들은 과거로 돌아가 단순히 임무를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미련, 후회, 사랑을 다시 마주한다.

토니 스타크는 아버지를 만나 자신이 몰랐던 ‘불안한 아버지’의 모습을 목격하고, 캡틴 아메리카는 전쟁 속에 미뤄뒀던 사랑 페기 카터를 멀리서 바라본다. 토르는 어머니의 죽음 이후 무너진 자존감과 대면하고, 네뷸라는 과거의 자신과 충돌한다. 이 순간들은 모두 ‘히어로가 인간이 되는 장면’이다. 이는 마블 영화 중에서도 가장 섬세하고 내면적인 접근으로, 감정의 무게를 더한다.

하지만 이 감정선이 충분히 깊이 있게 다뤄졌는지에 대해선 의견이 갈린다. 영화의 러닝타임 안에 모든 인물의 감정을 다 담아내기엔 한계가 있었고, 몇몇 장면은 의도된 감동을 강조하다 오히려 서둘러 마무리된 인상도 남긴다. 예컨대, 블랙위도우의 죽음이나 헐크의 감정선은 서사 구조상 중요한 위치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감정적으로 덜 입체적으로 느껴진다는 평가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가 관객에게 강한 정서적 여운을 남기는 이유는 ‘시간’이라는 개념이 단지 SF적 소재가 아니라, 우리 모두가 갖고 있는 감정의 은유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누구나 한 번쯤 돌아가고 싶은 순간이 있다. 전하지 못한 말, 잡지 못한 손, 외면했던 감정. 엔드게임은 그런 인간의 본능적인 감정을 히어로의 여정을 통해 스크린에 옮겨 놓는다.

그리고 마지막에 도달하는 두 명의 중심축, 토니 스타크와 스티브 로저스는 시간에 대한 두 가지 태도를 상징한다.

토니는 ‘지금’을 선택한다. 그는 미래를 위해 현재를 내던지는 결단을 내리고, 아이언맨으로서 마지막을 장식한다.

반면 스티브는 ‘과거’로 돌아간다. 그는 오랜 시간 자신을 짓눌렀던 사명을 내려놓고, 잃어버린 삶을 선택한다.

이 두 가지 선택은 어쩌면 정반대 같지만, 모두 시간과 감정을 받아들이는 방식이다.

엔드게임은 그 자체로 완성된 이야기지만, 동시에 수많은 질문을 남기는 작품이다. 시간이라는 복잡한 개념을 중심에 놓고 이야기를 전개한 만큼, 세계관의 허점이나 논리적 모순은 비판의 여지를 남긴다. 그러나 그 허점 너머, 이 영화는 ‘후회와 용서, 이별과 수용’이라는 감정의 본질을 꿰뚫는다.

그래서 엔드게임은 결함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위대한 영화다.

그것은 영웅의 시대를 마무리하면서도, 우리에게 이렇게 속삭이는 작품이다.

"되돌릴 수 없는 시간이라도, 다시 살아낼 수는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