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비』와 『엘비스』는 실존 인물과 브랜드 캐릭터를 각각 영화화한 작품으로, 화려한 연출과 음악, 그리고 정체성의 해석 방식에서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두 영화는 아이콘의 인간화와 대중 이미지의 뒤편을 흥미롭게 드러낸다.
『바비』(2023)와 『엘비스』(2022)는 팝컬처를 대표하는 두 아이콘을 소재로 삼아 만든 영화로, 외형적으로는 비슷해 보일 수 있으나, 접근 방식과 정체성 해석의 전략은 뚜렷이 구분된다. 『바비』는 실존 인물이 아닌 브랜드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한 상징적 서사를 시도했고, 『엘비스』는 실제 가수 엘비스 프레슬리의 삶과 몰락을 감독의 주관적 시선으로 재조명한 작품이다. 두 영화 모두 강한 색채와 음악, 과장된 미장센을 활용하지만, 그 목적과 메시지, 감정선의 흐름은 상반된다.
『바비』는 마텔 인형 ‘바비’가 환상적인 바비랜드를 벗어나 현실 세계를 체험하면서 겪는 정체성 혼란을 다룬다. 겉보기에는 핑크색으로 가득한 유쾌한 뮤지컬 같지만, 실상은 페미니즘, 소비주의, 여성성과 남성성, 정체성 혼란 등 다층적인 메시지를 내포하고 있다. 그레타 거윅 감독은 바비라는 브랜드의 상징성과 한계를 정면으로 지적하면서도, 유머와 위트를 통해 사회적 담론을 자연스럽게 끌어낸다. 이는 단순한 ‘여성주의 영화’가 아니라, 브랜드가 자아를 갖는다면 어떻게 행동할까라는 질문에서 출발한 창의적 실험이다.
반면 『엘비스』는 바즈 루어만 특유의 화려하고 빠른 편집 스타일을 통해 엘비스 프레슬리의 일생을 압축적으로 재현한다. 영화는 엘비스 본인의 시점보다 매니저 톰 파커의 시선을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그 결과 엘비스의 삶은 자유와 예속, 예술과 상업 사이에서 끊임없이 흔들리는 존재로 묘사된다. 이 영화는 단순한 뮤지션 전기 영화라기보다는, ‘누가 엘비스를 소유했는가’라는 자본주의적 질문에 가까우며, 스타 시스템과 산업 구조가 어떻게 개인을 소모하는지를 극적으로 그린다. 오스틴 버틀러의 연기와 퍼포먼스는 캐릭터 재현 이상의 몰입을 제공하며, 엘비스라는 인물의 존재감을 새롭게 되살린다.
두 영화 모두 시청각적 요소를 과감하게 활용한다는 점에서 닮았지만, 서사의 목적과 인물 구성이 다르다. 『바비』는 여성 관객과 젊은 세대를 주 타깃으로 하여 자기 성찰과 해방의 메시지를 우선시하고, 『엘비스』는 남성적 스타 시스템의 부침을 통해 대중문화의 본질을 파헤친다. 『바비』가 정체성의 다양성과 해체를 말한다면, 『엘비스』는 정체성의 착취와 소비에 대해 고발한다. 브랜드의 내부 시점 vs 타인의 외부 시점이라는 서술 전략의 차이는, 관객의 공감과 몰입 방식도 달라지게 만든다.
또한 두 영화는 음악과 패션을 서사의 중요한 언어로 삼고 있다. 『바비』는 80년대 MTV를 연상케 하는 컬러감과 뮤직비디오 스타일의 연출을 통해 캐릭터의 감정을 표현하고, 『엘비스』는 실제 무대 재현과 함께, 시대별 음악 스타일의 변화와 퍼포먼스를 그대로 구현해냄으로써 감정의 고조를 이끈다. 특히 『엘비스』는 롱테이크와 클로즈업, 스테이지 관중의 시선을 통해 당대의 열광과 스타성을 시각적으로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 『바비』는 장르적 경계가 느슨한 반면, 『엘비스』는 매우 클래식한 전기영화의 구조를 취하고 있다.
결국 『바비』와 『엘비스』는 모두 현대 사회에서 상징적 존재가 된 인물 혹은 캐릭터를 재해석하는 데서 출발했지만, 하나는 자아 발견의 여정이고, 다른 하나는 산업 속 개인의 붕괴를 기록한 서사다. 이 두 작품은 팝컬처의 전형을 다시 쓰고, 대중이 아이콘에 대해 갖는 시선과 기대가 얼마나 무의식적으로 형성되며, 그것이 개인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를 날카롭게 드러낸다. 따라서 이 비교는 단지 영화적 완성도나 재미의 문제가 아니라, 대중문화의 소비 구조와 상징 자본의 작동 방식까지 포괄하는 현대문화 읽기의 사례로도 유의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