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 짐머에서 마이클 지아치노로의 전환, 그리고 ‘진짜 인간’ 에단 헌트를 위한 음악의 변화 미션 임파서블 3는 시리즈의 전환점이자, 음악적으로도 큰 변화의 시작점이었다. 이 작품부터 음악감독의 바통은 한스 짐머에서 **마이클 지아치노(Michael Giacchino)**로 넘어간다. 이 변화는 단지 작곡가가 바뀐 것이 아니라, 음악이 표현하는 에단 헌트의 정체성 자체가 바뀌었다는 의미다.
지아치노는 디즈니·픽사 애니메이션 음악으로 잘 알려져 있지만, 그가 미션 임파서블 3에서 보여준 사운드는 유쾌함이 아닌 정확함과 감정의 직진성이었다. 음악감독의 시선으로 보면, 이 영화는 ‘리듬의 미세 조절’을 통해 한층 더 인간적인 스파이 서사를 만들어내는 작업이었다.
전작들이 거대한 오케스트레이션과 테마의 폭발에 중점을 뒀다면, 지아치노는 거기서 한 걸음 뒤로 물러나 음악을 씬의 리듬과 에단의 심장 박동에 맞춰 정밀하게 재조정한다. 그의 음악은 날카롭고 정돈되어 있으며, 결코 불필요하게 과장되지 않는다. 모든 장면이 ‘필요한 만큼만’의 음악을 가진다. 이 절제는 감독 J.J. 에이브럼스의 연출 스타일과도 완벽하게 맞아떨어진다.
무엇보다도 미션 임파서블 3는 시리즈 최초로 에단 헌트의 ‘가정’과 ‘사적인 감정’을 본격적으로 조명한 작품이다. 음악 역시 이 변화에 맞춰 단순한 긴장감 이상의 ‘정서’를 품는다. 줄리아(미셸 모나한)와의 결혼식 장면, 그녀를 구하기 위한 절박한 추격전 등에서는 기존 시리즈에서 볼 수 없었던 감성적인 선율이 흐른다.
특히 인상적인 건, 지아치노가 기존 테마를 어떻게 재해석했는가이다. 그는 로로 시프린의 테마곡을 전면에 내세우기보다, 그것을 조각조각 분해한 뒤 새로운 질감으로 다시 조립했다. 영화의 오프닝에서는 전형적인 테마는 거의 들리지 않고, 대신 저음 현악기의 불협화음, 신경질적인 타악, 빠르게 조여오는 스트링이 인물의 긴박함을 표현한다. 이건 더 이상 ‘스파이 영화의 상징’이 아니라, 에단 헌트 개인의 위기를 음악적으로 번역한 것이다.
지아치노의 또 다른 특징은 박자(tempo)의 조율 능력이다. 그는 장면마다 필요한 정확한 박자를 설정하고, 그 위에 적재적소의 악기를 배치한다. 예를 들어, 바티칸에서의 침투 장면에서는 리듬의 규칙적인 반복으로 관객에게 일종의 ‘기계적 침투’ 느낌을 주고, 동시에 현악과 브라스가 묘하게 어긋나면서 위험을 암시한다. 음악이 단지 긴장을 쌓는 것이 아니라, 정보 전달의 수단으로 기능하는 것이다.
또한 지아치노는 감정의 물결을 빠르게 끌어올리는 법을 안다. 줄리아가 납치되는 장면에서, 음악은 갑자기 음량을 줄였다가 다시 치솟으며 에단의 불안과 분노를 반영한다. 영화 후반부, 에단이 목숨을 걸고 줄리아를 구해내는 장면에서는 마치 심장을 관통하는 듯한 스트링과 피아노의 선율이 흐르며, 감정의 절정을 만들어낸다.
결국 미션 임파서블 3의 음악은 시리즈의 궤도를 바꿨다. 더 이상 “스파이 액션의 사운드”가 아니라, ‘인간 에단 헌트’라는 캐릭터를 입체화하는 음악이 된 것이다. 지아치노는 그 전환을 정교하게, 그러나 결코 감정을 숨기지 않고 해냈다. 그리고 그 음악은 지금도 4편, 5편, 6편으로 이어지는 미션 임파서블의 중심을 이루고 있다.
한 음악감독의 시선으로 보자면, 미션 임파서블 3는 기술적으로 매우 정교하고, 감정적으로 매우 솔직한 음악 연출이 빛나는 작품이다. 박자, 음정, 테마의 배열까지 모두가 한 사람의 감정 곡선을 따라 흐른다. 영화보다 먼저 뛰는 심장, 그것이 바로 이 음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