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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더 : 모성인가, 광기인가 — 경계 위에 선 이름 없는 어머니

by 꿀팁 방출 2025. 5. 7.

 

봉준호 감독의 영화 <마더(Mother)>는 제목 그대로 '어머니'에 관한 영화다. 하지만 이 영화가 말하는 어머니는 우리가 익숙하게 소비해온 ‘성스러운 모성’과는 거리가 멀다. 그녀는 자애롭지만 위험하고, 사랑하지만 파괴적이며, 무엇보다 너무 인간적이다. <마더>는 그렇게 모성과 광기의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밟으며, 관객에게 한 가지 질문을 던진다. 어머니는 어디까지 갈 수 있는가?

영화의 주인공은 이름조차 주어지지 않은 중년 여성이다. 그녀는 아들을 위해 수시로 약초를 달이고, 그림자를 밟는 것도 피한다. 약간의 장애가 있는 아들 도준은 엄마의 모든 삶의 이유이자, 존재의 중심이다. 하지만 어느 날, 한 소녀가 살해당하고, 도준이 범인으로 몰리면서 상황은 뒤집힌다. 세상은 냉담하고, 수사는 허술하며, 법은 거칠고 편향돼 있다. 그리고 그 안에서 어머니는 홀로 분투한다.

봉준호는 이 어머니를 연민이나 이상화로 그리지 않는다. 오히려 때로는 불쾌할 만큼 집착적이고, 스스로도 도덕의 선을 넘는다. 사건을 파헤치기 위해 감시를 하고, 증거를 훔치고, 심지어 진실을 안 뒤에는 그것을 ‘지우는’ 선택을 한다. 이 과정에서 어머니는 점점 인간의 감정이 아니라 ‘모성 본능’이라는 원초적 에너지로 움직이는 존재가 된다. 사랑이라기엔 너무 격렬하고, 정의라기엔 너무 왜곡된 감정. 그건 차라리 본능, 혹은 광기에 가깝다.

이 지점에서 <마더>는 질문한다. 모성은 본질적으로 미친 것일 수도 있는가?

도준은 살인을 저지르지 않았다. 하지만 진짜 범인을 알게 된 순간, 어머니는 그 진실을 세상에 드러내지 않는다. 오히려 그것을 덮어버린다. 왜냐하면, 그 진실이 아들에게 고통이 될 것이고, 그 고통이 자신에게는 견딜 수 없는 상처가 되기 때문이다. 이 선택은 윤리의 영역을 넘어서 있다. 하지만 어쩌면 많은 관객은 이 어머니를 이해하게 된다. 그 이해는 이성의 산물이 아니라, ‘어머니’라는 단어에 묶인 감정의 이끌림이다.

봉준호는 이 모성과 광기의 긴장 상태를 시각적으로도 정교하게 표현한다. 초반에는 자연광과 안정된 구도가 많지만, 사건이 깊어질수록 프레임은 점점 뒤틀리고, 인물은 종종 화면의 중심에서 밀려난다. 어머니의 내면처럼 장면도 흔들리기 시작한다. 특히 클라이맥스에서 그녀가 진실을 알게 된 후, 음악과 함께 터지는 정적인 침묵은 그 어떤 대사보다 큰 파장을 안긴다.

마지막 장면은 그 질문에 대한 봉준호의 대답이자, 침묵이다. 어머니는 단체 여행 버스에서 홀로 춤을 춘다. 모든 걸 뒤로 하고, 아무 일도 없었던 사람처럼. 그 춤은 자유일까, 자기 위안일까, 아니면 망각을 가장한 자기 처벌일까. 봉준호는 대답하지 않는다. 오직 그녀의 흔들리는 몸짓만이 화면에 남는다.

<마더>는 어머니를 영웅으로 만들지도, 악마로 몰지도 않는다. 오히려 인간이라는 존재의 양가적인 감정이 모성이라는 이름 아래 어떻게 뒤섞이고, 무너지고, 견뎌내는지를 보여준다. 그래서 이 영화는 끈적하고 불편하며, 오래도록 여운이 남는다. 우리가 알고 있다고 믿었던 ‘어머니’라는 단어를 다시 꺼내 묻게 만든다.

Mother, maternal or madness?

이 영화는 그 물음에 대답하지 않는다. 대신, 우리가 그 질문을 쉽게 말하지 못하도록 만든다.

그게 <마더>가 진짜 말하고 싶었던 이야기다.